중국의 진한(秦漢) 시대는 기원전 221년 진나라의 중국 통일에서 시작하여 서기 220년 후한의 멸망까지 약 400년 가까이 이어진 시기로, 중국 최초의 중앙집권 통일 국가가 등장하고 문명 체계가 완성된 중요한 전환기였다.
진(秦) 나라가 강력한 법가 체제를 바탕으로 전국 시대의 분열을 종식시키고 중국을 최초로 통일했으며, 한(漢) 나라는 이를 계승·보완하면서 동아시아 세계질서의 중심국가로 자리잡았다. 이 시기는 정치, 행정, 경제, 사상, 과학 등 전 영역에서 후대에 지대한 영향을 남긴 시기였다.
1. 진나라의 통일과 중앙집권 체제
**진나라(秦, 기원전 221~206년)**는 전국 시대의 혼란을 법가 이념과 철저한 군사력으로 통일했다. 시황제(始皇帝)로 불린 진시황은 황제라는 새로운 군주 칭호를 창조하고, 전국의 토지와 인구, 제도 등을 일원화하여 강력한 중앙집권 체제를 수립하였다.
그는 **군현제(郡縣制)**를 도입해 전국을 36개 군으로 나누고, 군현마다 중앙에서 임명한 관리들을 파견함으로써 귀족 세력의 독립성을 약화시키고 황제 권력을 강화했다. 또한 화폐, 도량형, 문자, 수레바퀴의 규격 등을 통일하여 경제적, 문화적 통합을 시도하였다. 만리장성 축조, 아방궁 건설, 도로망 확장 등 거대한 공공사업도 이 시기에 진행되었다.
그러나 지나치게 가혹한 통치와 과도한 세금, 강제 노역은 민심의 반발을 불렀고, 시황제 사후 각지에서 반란이 일어나 진나라는 단 15년 만에 멸망하게 된다.
2. 한나라의 흥기와 유교 이념의 확립
**한나라(漢, 기원전 202~서기 220년)**는 유방(劉邦)이 진을 멸망시키고 건국한 **서한(西漢)**과 광무제(劉秀)가 다시 중흥시킨 **후한(東漢)**으로 나뉜다. 한나라 초기에는 봉건제와 군현제를 병행한 **군국제(郡國制)**가 시행되었으나, 점차 중앙집권 체제가 강화되었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유가(儒家) 이념의 국교화였다. **한무제(재위 기원전 141~87)**는 동중서의 건의를 받아들이고, 유학을 국가 통치 이념으로 삼았으며, 태학 설치, 오경박사 제도 도입, 과거 제도의 기초 마련 등 유교 교육 체계를 구축하였다.
이로써 유교는 단순한 윤리 사상을 넘어, 국가 운영과 관료 선발의 기준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또한 한무제는 대외 팽창 정책도 펼쳐 흉노 토벌, 서역 개척, 비단길 개통 등을 통해 중국의 영향력을 중앙아시아까지 확대했다. 장건(張騫)의 서역 파견은 중국과 서역 간 교류의 시발점이 되었고, 이는 **동서 문명 교류의 상징인 비단길(絲綢之路)**의 시작을 의미했다.
3. 경제, 과학, 문화의 융성
진한 시대는 정치 제도뿐 아니라 경제와 문화, 과학기술의 측면에서도 고대 중국 문명의 절정을 보여준 시기였다.
농업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우경(牛耕)**과 **심경법(深耕法)**이 보급되었으며, 철제 농기구의 활용이 일반화되었다. 이는 곡물 수확량의 증가로 이어졌고, 인구 증가와 도시 성장의 기반이 되었다.
상업과 수공업도 발전했다. 정부는 전매 제도를 통해 철, 소금, 술 등을 독점 관리했고, **동전(五銖錢)**을 통일 화폐로 사용하여 유통을 촉진하였다. 동서 교역의 중심이 된 **장안(長安)**은 국제적인 도시로 성장하였다.
문화적으로는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를 통해 역사 편찬이 체계화되었고, 종이의 발명(후한 시기 채륜의 개선)으로 문서 보관과 교육의 질이 향상되었다. 천문학, 수학, 의학, 지도 제작 등의 분야에서도 다양한 업적이 남았으며, 한자의 정형화와 보급이 이루어져 한자문화권의 기반이 마련되었다.
진한 시대는 단지 정복과 확장의 시기가 아니라, 문명적 기초가 정비되고 전통이 형성된 시기였다. 유교의 국교화, 비단길을 통한 세계 교류, 사상과 문화의 융성은 후대 모든 중국 왕조의 모델이 되었으며, 동아시아 전체에 심대한 영향을 끼쳤다.
'알아보아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중국 당나라 시대 동아시아 문명의 중심국 절정기 (0) | 2025.05.02 |
---|---|
중국 수나라 시대: 대통일의 실현과 국가 기틀의 재정비 (0) | 2025.05.02 |
중국의 선진 시대 사상과 국가의 뿌리를 세우다. (0) | 2025.05.02 |
중국의 청동기 시대 국가와 문명의 탄생 (0) | 2025.05.02 |
중국의 신석기 시대 농경과 문명의 시작 (0) | 2025.05.02 |